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코스피가 7,000을 넘었을 때도 "이건 너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8,000 코앞까지 왔고, 지금은 1만 포인트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제가 틀렸다는 건 인정합니다. 다만 틀린 방향과 이유를 제대로 짚어두지 않으면, 다음에 더 크게 틀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하루 6~7% 움직이는 시장, 이게 정상인가

요즘 장을 보면 아침에 -1.7%로 출발했다가 마감 때 +2.6%로 끝나는 날이 있습니다. 반대로 갭 상승 출발 후 -2% 음봉으로 마감하는 날도 나옵니다. 장중 고점과 저점의 차이, 즉 일중 변동폭(Intraday Range)이 6~7%씩 나오고 있습니다. 일중 변동폭이란 하루 동안 주가가 최고점에서 최저점까지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이 수치가 클수록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신호입니다.
저는 이 숫자를 보면서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예전에는 하루에 3%만 움직여도 "오늘 장이 난리났다"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6~7% 움직여도 사람들이 큰 반응을 안 합니다. 이 무감각함 자체가 하나의 신호라고 봅니다.
4월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선명합니다. 4월에는 코스피가 한 달 내내 올랐지만 일봉 캔들 크기가 크지 않았습니다. 5월 들어서는 캔들이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단기 매매를 하는 분들은 방향을 잘 타면 하루에 5~10% 수익이 나지만, 역방향을 잡으면 그만큼 손실도 납니다. 변동성이 커진다는 건 기회도 크지만 리스크도 그만큼 커졌다는 뜻입니다.
외국인 5거래일 28조 순매도,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나

제가 이번 장에서 제일 소름이 돋았던 건 이 숫자였습니다. 외국인이 5거래일 동안 28조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개인 투자자들이 대부분 받아냈습니다.
순매도(Net Selling)란 특정 기간 동안 매도 금액이 매수 금액을 초과한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외국인이 28조 원어치를 팔았는데, 그 물량을 개인들이 샀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이 매도 시점이 코스피 7,000을 넘어선 시점과 거의 일치합니다. 외국인들이 7,000선을 고점 부담으로 느끼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외국인은 그냥 자산 배분 차원에서 줄인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한국 증시가 많이 올라서 전체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높아졌으니 리밸런싱(Portfolio Rebalancing), 즉 비중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작업을 한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이 논리를 뒤집으면, "그만큼 한국 증시가 고평가 상태라는 걸 외국인이 먼저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리포트보다 돈의 방향이 중요합니다. 외국계 증권사에서 코스피 1만 2천 리포트가 나왔어도, 실제 그들의 자금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 간극이 가장 중요한 신호라고 봅니다.
글로벌 증시 상승률을 비교하면 이 부담감이 더 선명해집니다.
- 나스닥: 작년 20% 상승, 올해 12% 상승
-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 작년 42%, 올해 66% 상승
- 대만 가권지수: 작년 25%, 올해 42% 상승
- 일본 닛케이: 작년 26%, 올해 25% 상승
- 한국 코스피: 작년 75%, 올해 85% 상승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엔비디아, TSMC, 인텔 등 미국 상장 반도체 기업들로만 구성된 지수입니다. 반도체 업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지수인데, 반도체 종목이 시총의 일부인 코스피가 이 지수보다 훨씬 강하게 올랐다는 건 어떻게 봐도 과열 신호입니다(출처: 한국거래소).
SK하이닉스 20배, 에코프로 100배와 닮은 지금

저는 요즘 시장 분위기가 2023년 2차전지 광풍과 겹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도 "전기차 시대는 반드시 온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에코프로가 코로나 저점(약 3,000원) 대비 100배 가까이 오른 30만 원대에도, 사람들은 "300만 원 간다"고 확신했습니다. 100배 오른 종목을 300배 가겠다고 믿고 산 겁니다. 지나고 나면 이해가 안 되지만, 그때 그 분위기 속에 있으면 충분히 그렇게 느껴집니다.
지금 SK하이닉스는 코로나 저점(약 8만 원) 대비 20배 이상 올랐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코로나 저점(약 5,000원) 대비 200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건 "이 회사가 나쁘다"가 아닙니다. SK하이닉스는 확실히 주도주이고, HBM(High Bandwidth Memory) 경쟁에서 앞서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HBM이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적으로 높인 고대역폭 메모리로, AI 연산에 필수적인 부품입니다. 그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사로 자리 잡은 것은 분명히 강력한 실적 근거입니다.
그런데 PBR(주가순자산비율)과 PER(주가수익비율) 논의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PBR이란 기업의 주가를 순자산 가치로 나눈 지표로, 1 이하면 자산 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의미입니다. 저PBR 할인이 해소됐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이제 더 이상 "싸게 산다"는 논리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지금 시장에서 나오는 "아직 저평가"라는 주장은 현재 실적이 아닌 미래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문제는 그 미래 실적이 정말 그대로 실현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입니다(출처: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좋은 산업과 안전한 주가는 다른 문제입니다
제 경험상 이게 제일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AI가 미래 산업의 핵심인 건 맞습니다. HBM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것도 맞습니다. 정부 유동성, 추경, 부동산에서 주식으로의 머니무브, 외국계 증권사 강세 리포트까지 이 모든 게 동시에 맞물린 시기는 드뭅니다. 그래서 지금 시장이 더 어렵습니다.
거품과 실적이 공존하는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처럼 "실적 없는 꿈"만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실적도 좋고, 꿈도 큽니다. 이 조합이 사람들을 더 강하게 끌어당깁니다.
특히 요즘 제 주변을 보면, 작년 가을이나 올해 초에 처음 주식을 시작한 분들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그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사면 되는 거 아닌가요?"입니다. 주식 공부보다 리포트 한 줄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구조입니다. 시중에 주식 관련 서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00~500% 늘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런 신규 유입이 개인 매수세를 만들고, 그 매수세가 지수를 밀어 올리고, 오른 지수가 다시 신규 유입을 부릅니다. 이 선순환이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핵심입니다.
지금 시장에서 제가 생각하는 핵심 판단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실적이 좋다고 주가가 안전한 건 아닙니다. 좋은 미래는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습니다.
- 외국인의 순매도는 리포트가 아닌 실제 돈의 방향입니다. 이 신호는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 일중 변동폭 6~7%는 방향을 잘 타면 기회지만, 반대로 잡으면 하루에 큰 손실이 날 수 있는 구조입니다.
- "모두가 확신할 때"가 시장에서 제일 위험한 순간이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지금 시장에서 중요한 건 강세냐 약세냐 이분법이 아닙니다. 저는 주식 시장을 아예 떠나는 것도 답이 아니라고 봅니다. 현금 비중을 높이면서도 시장 안에 남아 있어야 다음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금이 어느 정도 과열된 구간인지를 인식한 채로 참여하느냐,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느냐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8,000을 앞에 두고 외국인이 팔고 있다는 사실, 저는 그 무게를 잊지 않으려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1CRY3Ta2Ya0&list=LL&index=7&t=3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