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한 달 사이 국내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이 2조 6,500억 원 넘게 늘었습니다. 그중 마이너스통장 잔액만 2조 1,400억 원 증가로, 5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었습니다.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아, 또 시작이구나" 싶었습니다. 통계가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마이너스통장이 폭증한 진짜 이유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같은 기간 25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전체 가계대출이 2조 9,000억 원 증가했는데 주담대는 거의 그대로였다는 뜻입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란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리는 대출로,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입니다. 통상적으로 가계대출이 늘면 주담대가 함께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인데, 이번에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만 홀로 급증했습니다.
그러면 이 돈이 어디 갔을까요. "증거가 없지 않느냐"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다른 가능성을 찾기가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5월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상승하는 장세였고, 특히 AI 반도체와 로보틱스 관련 종목들이 강하게 달렸습니다. 마이너스통장(마통)이란 미리 한도를 설정해두고 필요할 때 언제든 즉시 빼 쓸 수 있는 대출 구조로, 증시에 빠르게 진입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수단입니다.
제가 직접 주변을 보니 이런 흐름이 더 와닿았습니다. 평소 주식 이야기를 꺼내지 않던 지인이 갑자기 AI 관련 ETF를 물어봤고, 또 다른 친구는 마통 한도를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그들에게 왜 지금이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이 거의 같았습니다. "이미 너무 많이 오른 것 같아서 불안하긴 한데, 이대로 놓치면 더 불안할 것 같아서."
이 심리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에서는 FOMO, 즉 '기회 상실 공포'라고 부릅니다. FOMO란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남들은 수익을 내는데 자신만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이성적 판단을 앞지르는 현상입니다. 문제는 이 감정이 탐욕과 다르게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탐욕은 앞으로 벌 돈을 계산합니다. 하지만 FOMO는 이미 놓쳐버린 수익에 대한 후회에서 출발합니다. 후회는 충동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그 충동이 마통을 열게 합니다.
국내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신용대출 증가세가 주식 거래대금 급증과 시기적으로 맞물리는 경우가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출처: 한국은행). 우연이 아니라 패턴입니다.
추격매수의 위험 —좋은 기업과 좋은 타이밍은 다른 문제

이번에 특히 더 위험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시장을 끌어올리고 있는 기업들이 실제로 좋기 때문입니다.
AI 서버 수요 급증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된 기업들이 많고, HBM(고대역폭메모리) 관련 업황도 여전히 강합니다. 여기서 HBM이란 High Bandwidth Memory의 약자로,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전송 속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입니다. AI 연산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이 메모리 사이클(Memory Cycle)을 이전보다 길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메모리 사이클이란 반도체 메모리 제품의 공급과 수요가 맞물려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주기적인 패턴을 뜻합니다.
좋은 산업 환경이 맞다고 해서 지금 당장 레버리지(Leverage)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레버리지란 빌린 돈을 활용해 자기 자본보다 큰 규모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수익이 나면 수익률이 증폭되지만 손실이 나면 원금 이상을 잃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제가 투자를 오래 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좋은 기업인 것과 지금이 좋은 매수 타이밍인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신용투자와 현금투자의 결정적 차이는 '버틸 수 있는가'입니다. 이것을 투자에서는 유동성 리스크(Liquidity Risk)라고 부릅니다. 유동성 리스크란 원하는 시점에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위험으로, 빚으로 투자한 경우 하락 시 강제 청산에 내몰리는 상황이 대표적입니다. 현금으로 투자한 사람은 30% 하락해도 기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통으로 들어간 사람은 이자가 쌓이고, 반대매매가 걸리고, 시간이 내 편이 아닙니다.
신용투자 전에 스스로 점검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지금 사려는 이유가 "좋은 기업이라서"인가, "남들이 벌고 있어서 불안해서"인가
- 30% 하락이 왔을 때 버틸 수 있는 자금 구조인가
- 이자를 내면서도 흔들리지 않을 장기 투자 계획이 있는가
- SNS와 커뮤니티의 수익 인증 글을 본 이후 결정이 흔들리지 않았는가
2021년 주식과 코인 시장에서 신용잔고가 정점에 달했을 때 이후 어떻게 됐는지를 보면, 신용대출 급증 자체가 당장 폭락의 신호는 아니지만 시장의 열기가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제가 직접 경험한 것 중 가장 후회스러운 투자는 손실 종목이 아니었습니다. 충분히 분석하지 않고, 조급함에 이끌려 상승 후반부에 들어갔다가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그 교훈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신용대출 폭증 뉴스는 단순한 금융 통계 이상입니다. 지금 시장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번엔 절대 놓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들어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심리 지표이기도 합니다. 좋은 기업이 많다는 것과 지금 빚을 내서 들어가도 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시장은 앞으로도 기회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조급함에 빌린 돈으로 들어간 투자자에게 그 기회가 돌아오려면, 먼저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