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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금요일 (외국인 수급, 선물매수, 폭락심리)

by content54162 2026. 6. 5.

2025년 6월 5일, 코스피가 하루에 5.54% 빠졌습니다. 코스닥도 4.5% 넘게 밀렸습니다. 언론은 즉각 '검은 금요일'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날 폭락 숫자보다 오후 3시 이후에 벌어진 일이 더 눈에 걸렸습니다. 누군가 공포가 극에 달한 그 순간, 선물을 2조 4천억 원어치 사들였기 때문입니다.

폭락의 진짜 구조: 수급이 주가보다 먼저 말한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크게 빠지면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 주식을 접했을 때는 그렇게 봤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폭락의 표면적인 이유는 여러 개가 겹쳤습니다. 미국 AI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Broadcom)의 실적 발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원/달러 환율이 1,450원에 육박했으며, 이란-이스라엘 전쟁으로 유가도 다시 상승했습니다. 주담대(주택담보대출) 고정 금리가 7%를 넘었다는 소식까지 나왔습니다.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짚어봐야 할 게 있습니다. 외국인은 이날 현물 시장에서 코스피 약 4조 5천억 원, 코스닥 약 2,500억 원을 팔아치웠습니다. 5월 7일부터 따지면 한 달간 외국인 누적 순매도는 75조 원에 달합니다(출처: 한국거래소). 그러면서 동시에 오후 2시 50분부터 3시 사이, 장 마감 직전에 선물을 2조 4천억 원 넘게 순매수로 전환했습니다.

여기서 선물(Futures)이란 미래 특정 시점에 특정 가격으로 기초 자산을 사고팔겠다는 계약입니다. 쉽게 말해 지금 당장 주식을 사지 않아도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수단입니다. 즉 현물은 팔고 선물을 샀다는 건, 단기 차익은 실현하되 다음 반등에는 올라타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폭락장에서 큰 자금은 전부 빠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수급 데이터를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주목한 것도 그 지점입니다. 진짜 위기라고 판단했다면 선물도 팔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이 자금이 무엇을 보고 들어왔는지가 폭락 그 자체보다 훨씬 의미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폭락 직전,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한국을 방문 중이었습니다. 대만 컴퓨텍스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Please make more"라고 말하며 HBM4(고대역폭메모리 4세대)의 추가 생산을 요청한 직후였습니다. HBM이란 AI 반도체 연산에 필요한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하기 위해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만든 고집적 메모리 솔루션입니다. 전날 코스닥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들이 강세를 보인 이유가 바로 이 발언이었습니다.

그 맥락 위에서 선물 대규모 매수가 나왔습니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타이밍이 절묘했습니다.

공포 속 심리와 다음 사이클을 보는 법

폭락장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저는 여러 번 직접 경험했습니다. 오전까지 "이번엔 진짜 1만 간다"던 커뮤니티 글이 오후엔 "지금 손절해야 하나요"로 바뀝니다. 그 심리적 전환이 채 두 시간이 안 걸립니다.

일반적으로 손실 회피 심리가 작동하면 이성적 판단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확히 맞습니다. 특히 수익이 쌓인 뒤 갑자기 빠질 때 더 심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수익은 내 실력처럼 느껴지고, 손실은 갑작스러운 사고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유 종목이 내릴수록 더 집착하게 됩니다.

여기서 FOMO(Fear Of Missing Out)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FOMO란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려운 심리'를 뜻하는 말로, 급등할 때 추격 매수하거나 폭락할 때 공황 손절하는 행동 모두 이 심리에서 비롯됩니다. 솔직히 이번 폭락을 보면서 저도 그 심리가 작동하는 걸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럴 때 진짜 확인해야 할 건 주가 숫자가 아니라 수급의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조정이 특별히 불안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ADR(등락비율) 지표가 극단적으로 왜곡되었던 상황 이후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ADR이란 일정 기간 동안 주가가 오른 종목 수를 내린 종목 수로 나눈 비율로, 시장 전체의 건강도를 확인하는 지표입니다. 오르는 종목이 100개, 내리는 종목이 2,000개인 장세가 이어졌다는 건 그만큼 극소수 종목에 수급이 집중됐다는 의미이고, 그 과열 이후 조정이 나온 것입니다.

다음 시장을 볼 때 제가 주목하는 포인트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CAPEX(자본지출) 확대 여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증설을 결정하면 반도체 전공정·후공정 장비주로 낙수 효과가 발생합니다.
  • 마이크론 실적 발표(7월 1일): AI 반도체 수요에 대한 시장의 확신을 재확인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애플 WWDC(6월 8~12일): 폴더블폰·스마트 글래스 등 신규 디바이스 발표가 온디바이스 AI 관련 부품주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코스피200·코스닥150 리밸런싱(6월 11일 내외): 지수 편출입 종목에는 패시브 펀드의 기계적 수급이 따라붙습니다.

지방선거 이후 한국 시장이 통계적으로 3주간 평균 4% 하락했다는 과거 데이터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다음 총선은 2028년 4월로, 정치적 모멘텀이 시장을 밀어 올리기 어려운 구간에 들어섰다는 점도 단기적으로 부담입니다.

이번 조정을 강세장의 종료로 보기보다는 강세장 내 대형 눌림목으로 보는 시각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3월 이란-이스라엘 전쟁 이후 코스피가 약 19% 빠졌다가 4~5월에 다시 살아난 흐름과 구조가 비슷합니다. 물론 그게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결국 이번 검은 금요일에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장면은 -5%짜리 종가가 아니라, 공포가 절정에 달한 오후 3시에 2조 4천억이 선물 매수로 들어온 그 숫자였습니다. 그 돈은 감정이 아니라 계산에서 나온 것입니다. 주식 시장에서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한 훈련이 바로 그 계산을 공포 속에서도 할 수 있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책임 아래 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KtHoE-Jk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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